엄태원 대전지방보훈청 보훈과

6·25전쟁이 발발한 지 71년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꾸준히 호국영령을 기리고 추모한다. 그러나 6월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하는 이들은 많지만 다가오는 7월 27일이 ‘유엔군 참전의 날’이라는 것을 떠올리는 이들은 많지 않다.

2020년 3월 24일, 유엔참전용사의 명예를 선양하고 유엔참전국과의 우호를 증진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해당 법률 제5조에는 매년 7월 2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지정하여 6·25전쟁에 참전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유엔참전국의 공헌을 기리도록 규정되어 있다.

1950년 6월 25일, 전쟁 발발 소식에 미국은 이를 침략행위라 선언하고 철수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남침을 강행한 북한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국제 평화와 한반도의 안전을 위해 유엔 회원국의 북한군 격퇴 참여를 결정하여 7월 7일 유엔군 창설, 7월 8일 유엔군 총사령관으로 미국의 맥아더 원수를 임명하고 유엔군의 파견을 결정하였다.

유엔군 참전을 거론하면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유엔군 참전과 동시에 바로 승기를 잡았느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부정이다. 미국의 전쟁개입 선언 후, 스미스 중령의 지휘하에 특수부대가 7월 5일 오산전투에 투입되었으나 대부대의 공세를 감당하지 못하였다.

7월 8일, 북한군의 남진을 저지하기 위해 천안에서 미국 제24사단 34연대가 북한군에 맞서 싸웠다. 연대장 로버트 마틴 대령은 천안을 사수하려 구성리 삼거리에서 직접 로켓포로 전차를 공격하였으나 북한군 전차의 사격을 받고 전사했으며, 이 전투로 미군 128명이 전사했다. 훗날 미 전사자들을 추모하고자 마틴 대령의 이름을 따 마틴공원이 조성되었다.

7월 11일, 개미고개를 공격해온 북한군에 맞서 미 제 24사단 21연대가 참여한 전의-조치원간 전투에서 미군 517명이 전사하였고, 개미고개전투에서 전사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자유평화의 빛 위령비가 세워졌다.

7월 16일, 금강 방어선이 무너지자 미 제24사단장 소장 윌리엄 F. 딘은 17일 대전으로 물러나 다시금 북한군을 막아내려 했다. 그러나 적의 포위망에 빠져 딘 소장이 포로가 되었고, 미군 48명 전사하고, 874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막심했다. 이 전투에서 싸운 전사들을 추모하고자 대전지구전투 호국영웅비가 건립되었다.

위 전투에서 맞이한 죽음은 단순한 참사가 아닌, 훗날 승기를 잡기 위한 초석이었다. 7·8 천안전투, 개미고개전투, 대전지구전투는 북한군의 발을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인천상륙작전은 성공할 수 있었다.

전쟁은 상실을 남긴다. 시간이 흘러 그 흔적이 희미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상실이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흔적이 희미해진다는 것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힘을 의미한다. 상실로 고통받는 이들은 단순히 활자 속의 인물이 아닌, 전쟁 발발 7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실존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은 그들의 피와 눈물과 희생으로 이루어졌음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먼 타국에서 사그라든 이들과 남겨진 이들을 위해서 우리는 호국영령들을 기리고 후대에 길이 전해야 할 것이다. 비록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대면 행사는 취소되었지만, 그만큼 온라인으로 추모의 열기가 옮겨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