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한전)이 화재 방지를 위한 '재폐로' 장비 정지를 주로 배전공사 목적으로 활용하며, 안전조치는 도외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폐로’는 2019년 4,000억원의 피해를 입힌 '고성 산불'의 원인이 된 장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아산을)이 15일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재폐로 중단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안전조치를 위해 '재폐로'를 중단한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재폐로란, 전력이 차단됐을 경우 정전을 예방하기 위해 자동으로 전력을 재송전시키는 장치다. 하지만 고압 전선이 끊어지거나, 전선과 전선이 접촉했을 때 재폐로 장치가 작동되면 화재나 감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한전은 2004년 3월 강원도 산불을 계기로, 산불위험지수가 81이상일 경우 재폐로 장치를 중단시키는 지침을 마련했다.

그러나 한전은 2018년 초 '봄철 안정적 전력공급 대책'을 마련하면서 산불위험지수에 기반한 재폐로 중단 지침을 임의로 폐기했다. 이듬해인 2019년 재폐로 중단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고성 산불이 발생해 고성과 속초 지역에 4,000억원의 피해를 입혔다.

감사원은 고성 산불 이후 한전을 감사한 뒤, 이 지침을 폐기한 관련자에 '주의'조치를 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전은 감사원 감사 이후에도 주로 배전공사 목적으로 재폐로를 중단했다.

지난해 한전은 서울에서 배전공사 목적으로 6,285건의 재폐로 정지 조치를 하면서, 안전조치를 위해서는 단 한건의 정지조치도 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행해진 261,528건 제폐로를 정지 중 안전조치 목적은 96,483건(36.89%)에 불과했다. 배전공사 목적의 제폐로 중단이 165,045건(63.1%)였다.

한전은 고성 산불 이후 재폐로 운영계획을 새로 수립했지만, 안전에 대한 내용은 빠진 채 배전공사 관련 내용을 주로 하고 있다.

강훈식 의원은 "한전이 화재 예방보다 공사 편의를 위해 재폐로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재폐로 운영 내역도 각 지역본부에 일임한 채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하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폐로 정지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제2의 고성 산불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며, "실효성 있는 재폐로 정지 계획을 마련해 운영해야 대형화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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