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올해 여름장마는 14일까지 이어질 경우 52일로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하게 된다. 폭우피해마저 심각하다. 장마의 집중호우에다 태풍 하구핏의 영향으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폭우가 이어져 피해를 더했다. 여기에다 5호 태풍 장미도 올라오고 있다. 두 달 이상이나 비가 내리는 중국과 일본의 비 피해 소식이 남의 일처럼 생각했는데 그 심각한 호우피해상황을 직접 당하고 보니 모두가 망연자실이다.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이어 남부지역에도 물폭탄이 쏟아지는 등 9일 넘게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집중호우와 폭우, 물폭탄, 장대비, 물바다, 침수, 호우경보, 호우주의보, 홍보경보, 홍수주의보, 산사태, 주택매몰, 제방붕괴, 도로유실, 이재민, 사망사고. 기록적 강우, 차량침수 등의 용어가 쏟아지며 호우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하늘 뚫린 폭우가 내렸다. 산사태로 도로가 막히고 제방이 붕괴되고 농경지가 침수되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인명피해도 속출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충북선과 광주선, 장항선 등 6개 노선의 열차운행도 중단됐다. 경기와 강원, 충청에 특별재난지역선포가 되었고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9일 중·남부지방 집중호우로 사망 29명, 실종13명이 발생하고 인명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이재민도 전국 12개 시도에서 무려 3,100여 가구에 4,86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주택과 비닐하우스, 산사태, 도로 유실, 교량붕괴 등 시설피해가 9,400여건이고 침수 유실된 농경지 피해는 9,317헥타에 여의도의 32배가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짧은 기간에 기록적인 강우량을 기록했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강원 철원에는 755㎜, 경기 연천에 715㎜, 충북 제천에 432㎜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1년에 올 비가 거의 다 왔을 정도이다. 8일에도 광주 전남에 이틀 새 400mm, 전주 339.6mm 등 많은 비가 내렸다. 시간당 30∼50mm로 쏟아 부었다.
장마가 물러가고 비가 그치면 전국적인 피해규모와 문제점 등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호우피해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뼈아픈 교훈을 던져주었다. 이번 집중호우는 중부지방에 앞서 부산, 대전지역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하고 주택과 도로 침수 등의 피해를 가져왔다. 부산은 침수소동이 주말에도 또 이어졌다. 광주, 전주 등 하천이 범람위기를 맞았고 주요도시마다 도심 곳곳이 침수되어 물난리를 겪었다. 전남 곡성에서는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되어 5명의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안타까운 것은 6일 오전 강원도 춘천 의암호에서 경찰 순찰정 등 선박 3척이 침몰해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댐의 물이 방류되어 급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작업도중에 빚어진 황당한 사고로 거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에 도로가 끊기고 철길이 막히고 저수지 둑이 터지고 하천이 넘치고 농경지가 침수되고 그야말로 물바다를 연상시켰다. 홍수주의보와 경보가 내려지고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형국이 이어졌다. 산사태로 집이 매몰되고 물에 잠기고 흙탕물에 가재도구가 엉망이 되었다. 이재민들은 황당한 피해 상황에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상습침수지역은 어김없이 물이 차고 넘쳤고 곳곳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산림관리와 절개지 및 위험지역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곳곳에 산을 절개하고 만들어진 태양광시설 상당수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며 산사태취약시설임을 보여줬다. 산자락마다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이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 호소도 잇따르고 있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지역도 산림을 훼손한 채 절개지에 태양광시설이 들어서 있는 곳이 집중호우의 직격탄을 맞았다.
물론 집중호우에 산사태와 하천범람은 피할 수 없는 경우라고 하지만 분명히 평소 관리와 대처를 잘 해 나간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른바 치산치수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이 부분에 대한 대처가 소홀히 이뤄진 것은 무사 안일한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강과 하천의 관리는 위험상황을 감안하여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이번 집중호우에 부산, 광주, 전주, 대전 등 주요도시가 침수되는 등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과거에도 반복되는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는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피해상황이 발생하면 그 때만 반짝 대처이고 잠잠해지면 후속대책을 소홀히 한 채 유야무야해 왔던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말로만 자연재해 예방을 말하고 후속행동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악순환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기상청은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일기예보의 정확성이나 분석력이 크게 떨어져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그동안 갖가지 문제로 불신을 자초하고 이제 좀 나아졌나 싶었는데 또다시 겉도는 예보능력으로 국민들의 비난을 사고야 말았다. 요즘 국민들은 지나간 일기예보도 꼼꼼히 챙기고 있다. 기록적인 장마기간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린 이번 여름철의 장기예보와 관련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보를 내놓았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싶다. 이런 기상청의 문제점은 차제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비무환을 위해서도 그렇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적정수준의 예측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불과 하루 전의 강수량 예보조차 맞지 않자 일기예보를 중계하느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에서부터 집중호우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어렵고 힘겨운 상황들이 겹치고 있다. 여기에다 경제난이며 집값폭등, 실업대란, 폐업대란 등이 국민들을 옥죄고 있다. 나날이 불확실성이 커지고 모든 게 불안한 상황이다. 그야말로 국민들은 정신적인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 악재가 겹치면서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걱정스럽다. 어언 입추도 지났다. 이제 여름이 다 가는데 가을걷이들이 다 없어져 버렸으니 농민들의 허탈감은 더해 갈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집중호우의 자연재해도 인재라는 비난도 나올 만하다. 평소 조금만 더 하천관리를 잘하고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 산사태위험지역을 해소했더라면 피해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회한을 갖게 된다. 자연재해라도 안일한 자세로 유사한 피해가 반복되는 악순환은 막아야 한다. 이재민들과 피해농민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도 절실하다. 멘붕에 빠진 이재민들의 정신적인 치유대책도 함께 나와야 한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차제에 전면적인 취약지역 실태파악과 장단기적인 치산치수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물론 지금 상황은 사후약방문격이지만 말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