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주 대전지방보훈청 보상과 주무관

오는 7월 27일은 유엔군참전의 날이자, 6.25전쟁 휴전 협정일이다. 우리가 휴전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대표 전투는 수도고지 전투로, 1952년 7월 7일부터 10월 14일까지 중부전선의 금성돌출부에 있는 수도고지에서 국군 수도사단과 중공군이 군사분계선 설정에 대한 휴전협상의 주도권 장악을 목적으로 전개한 고지 쟁탈전이었다. 그리고 수도고지 전투에서 전우들을 위해 용맹하게 싸워 이를 사수한 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재호 일등병이다.

김재호 일등병은 1926년 전라남도 광양군 출생으로 육군에 입대한 후 수도사단 제26연대 1대대 3중대 1소대 소총수로 복무하면서 수도고지 전투에 참전하였다. 1952년 10월 6일, 중공군의 전차 4대가 수도고지에 포격을 가하고 6,000여 발의 포탄을 고지 일대에 쏟아 부으며 집중 공격을 가했다. 김재호 일등병은 적의 전차포 사격에 엄체호가 무너지면서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다른 전우들이 모두 전사한 가운데 홀로 정신을 차리고 무너진 흙더미를 헤치고 나왔다. 그 때 그의 눈 앞 20여 미터 거리에서 아군과 적군이 백병전을 전개하고 있자 그는 총검을 휘두르며 중공군을 격퇴하고 수류탄을 투척하여 적 일부를 폭살하였으며 당황하여 흩어지는 적을 향해 소총사격을 가했다. 이날 밤 10시 경, 적은 퇴각하기 시작하였으며 김재호 일등병은 소총 2정과 다발총 1정을 노획하여 본진으로 복귀하였다. 이와 같은 공적으로 정부는 김재호 일등병에서 을지무공훈장을 수여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정전협정 체결 12일 전인 1953년 7월 15일 금성지구 전투에서 전사하였다.

벌써 정전협정을 맞이한지 70여 년이 되었다. 숭고한 호국영령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지켜졌고, 남북은 평화적으로 전쟁을 종료하고 통일을 향해 가고 있다. 만약 김재호 일등병이 금성지구 전투에서 전사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 현재의 대한민국을 바라본다면 어떠할까. 그가 전사한지도 70여 년이 되었다. 본인의 손으로 지켜낸 자랑스러운 이 땅에서 제대로 누리지도 못한 채 떠난 그를 그리며 다시 한 번 그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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